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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랙 Cracks 2009 영국 아일랜드

by librovely 2010.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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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대강 영화 정보를 앞부분만 읽어보니 누군가 전학을 오고 어쩌고...
영국 여자 기숙사 이야기라니 대강 감이 왔다...재미있겠다....
난 이상하게도 기숙사나 수도원...뭔가 강압적이고 억압되어 있는 그런 배경의 영화나 소설에 관심이 간다
그리고 영국의 1900년대 초반이 배경이라니 일단 화면이 예쁠 것 같았고 아니면 영어 발음이라도 들을만 하다는
생각...영어 대사를 듣고 동시통역이 된다는 게 아니라...그냥 영국식 발음은 참 듣고 있기 좋기에...



씨네큐브의 작은 관에서 상영중인데 대부분의 좌석이 찼다...맨 뒷자리와 중간 자리가 있다고 했는데...
난 작은 관인 겨우 아니 대부분의 극장 맨 뒷 자리를 선호하는데...동행인이 중간자리를 원해서 그냥 그러라고...
들어가서 옆자리에 앉을 사람을 스캔~ 남자 한 명이 앉아있기에 동행인을 먼저 들여보내고 난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 옆에 앉았는데 음...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내가 안쪽에 앉을 것을..이라는 약간의 후회가...
옆에 앉은 여자애가 어찌나 자세를 틀어대고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정신없이 구는지 영화에 집중하기가 좀...



역시 기대한대로 영화의 화면은 지독하게 아름다웠다 배경이 된 자연도 예쁘고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배우들도
너무 상큼했고 선생님으로 나온 에바그린의 미모야 눈이 부셨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가장 예쁜 나이는
역시 십대 후반...살이 통통하게 찐 여학생도 그 나름대로 예쁘고 못생기고 주근깨가 난 아이도 나름대로 예쁘고
어쩌면 외모 때문에만 예쁘고 상큼하다고 느껴지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뭐랄까...순수한 느낌이...순수하다는
것은 다른 의미가 아니라 에바 그린이 영화 초반부에 강조했듯 열정? 뭐 이런 것이 그들의 속에 있으리라는
그런 기대감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세상에 무심한 것이 아니라 호기심 많은 눈빛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꿈꿀 수 있는 내면을 지니고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기에??



첫장면이 너무 멋졌다..애제자 한 명과 배를 탄 채 삐딱하게 누워서 담배를 피는 에바그린의 모습은 식상한 표현
이지만 한 폭의 그림...초반부에 나타난 에바 그린은 그야말로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멋진 여자의 표본...
1930년대에 세상을 많이 앞서 나간 독립적이고 강하며 모험을 좋아하고 박식한 모든 여학생의 선망의 대상이 될
만한 그런 여자....그녀의 패션 감각은 정말 예술~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옷차림을 홀가분하게 넘어서는 그런
화려하며 지적이고 여성스러우면서도 남성적인...하여튼 의상이 너무 멋졌고 에바 그린의 몸 또한 한 몫 했다..
키가 168인데 많이 큰 키는 아닌데... 영화에서는 175는 되는 줄 알았다...



여학생들도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무조건 에바 그린 편을 드는 주노 템플은 아...너무 귀여워....
뾰로퉁한 표정...선생님을 무조건 보호하려 드는 마음이 안쓰러우면서도 너무 귀여웠다....
누군가 했더니 어톤먼트에서 키이라 나이틀리 동생 아역을 연기했던 그 애구나...그 영화에서도 정말 인상적이었
는데...그 모습 그 대로 자랐구나...거기에서도 역할이 비슷했다...성격이...
하여튼 십대의 여자아이들은 주노 템플 같은 그런 성향이 있긴 하다...롤모델을 찾는...마냥 바라볼 수 있는 성인
여자...를 정해놓고 흠모하는...주노 템플은 부모님께 버림 받은 상처가 있어서 아마 그게 더 강했을 것이고



마리아 발베르드는 실제로도 스페인 사람이다...스페인 여자들의 눈매는 뭔가 비슷한 점이 있는듯...
그녀의 역할도 성격이 매력적...스페인 귀족의 딸로 나오는데 책을 좋아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별로 흔들림 없이
자기 식대로 사는...에바 그린이 자신의 가식을 너무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마리아에게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아마 그녀가 에바그린이 아이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했던 자신이 꿈꾸는 그런 사람이어서 였을 것이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책도 많이 읽어서 아는 것도 많고 정말로 삶에 열정이 있는 것도 같고...
게다가 예쁘기도 하고...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 마리아는 이 학교에 오기 전에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도망친 일도 있었던 것 같고...에바그린이 어떤 비밀 문서를 봤는데 거기에 이렇게 쓰여있던 것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다...하여튼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도망치는 모험을 감행한 그녀에게서 자신의 이상을 본 것일지도..



처음에는 에바 그린이 정말로 멋진 여자라고 생각했는데...자유롭고 모험을 즐기고 규칙 따위는 쉽게 무시하는...
그런 그녀는 기숙사 안에서만 그렇고 학교를 벗어나면 빵집에 가서도 정신을 못차리는 뭐랄까...신경증이 있어
보이는...대인공포증?? 학교 밖에 길에 서 있는 남자들을 두렵게 응시하며 자신이 빵집에 가서 할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그리고 배도 잘 못타고 그녀의 여행기는 사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자신의 이야기처럼 거짓말을
한 것이었고 나중에 학교에서 쫓겨나고도 고작 작은 방에 틀어박혀 자신의 사적인 물건 다섯 개를 신중히 고르는
병적인 행동을 하는 불안감으로 둘러싸인 그런 여자였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아이들 앞에서는 자신의 실제 모습과는 정 반대의 모습으로 포장했고 그게 만만해서 그런지 뭔지 모르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자연스러웠고...그러다가 본모습을 눈치챈 마리아 앞에서는 뭔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 불안감은 마리아에 대한 집착과 뒤틀린 사랑으로 변했고... 뭘까...그녀는 레즈비언인걸까?
빵 사러 간 날에도 유난히 남자에게서 불안감을 보인 것을 보면 남자를 두려워해서 그래서 로맨틱한 감정이
어쩔 도리 없이 여자를 상대로 샘솟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동행인의 말이 생각난다
사실 지난 번에 만났을 때도 나에게 농담이랍시고 남자를 잘 못사귀는 것이 혹시 다른 이유인거 아니냐고 했다
그런데 또 그런 농담을 던지더니 자신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다고 했다...왜 남자에게는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것인지...농담인 것을 알면서도 정신을 차려보니 굳이 난 남자를 아주 좋아한다 여자랑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남자는 신경쓰이는 걸로 봐서 난 남자를 좋아한다...며 구차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자 동행인은 내 구차한 변명(?)은 듣는둥 마는둥 하더니 자신은 남자를 사귀면 만나러 나가기 귀찮고
심지어 짜증이 날 때도 있다고 했고 여자를 만나러 나가는 건 재밌고 즐겁다고 했다...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설명해 주었다...그 남자를 많이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거지...정말 좋은 사람이 있으면 안 그럴꺼야...
사실 왜 그런지 안다...여자 친구야 만나도 가끔이고 너그럽게 보게 되지만 남자는 일단 평생 함께 시간을
보낼 상대로 바라보니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한 가지 행동을 보고도 그것을 인생 전체로 확대해서 해석하게
되고 그러니 맘에 안 드는 작은 부분이 짜증스럽게 느껴지곤 하는 게 아닐까...아닌가...아님 말고...알게뭐야...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일까?
당연히 잘 모르겠지만 그냥 내 마음을 건드린 것은...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자아상과 현실의 괴리(?)
이건 사는 내내 감당해야 할 문제...내 실상은 내 맘에 전혀 들지 않는다...내 본 모습을 그대로 본다면 살기
힘들다...그래서 내가 원하는 모습의 색안경을 끼고 스스로를 바라보고...또 생각나는 그 말...'인생은 연극'
에바 그린의 경우 병적으로 심하게 본인을 다른 사람처럼 생각하고 연기를 하며 산 것이고 사실 다들 그런
면이 있을 듯...나는? 나도 그렇다...쉽게 말해 블로그에 아무리 찌질한 글을 쓴다고 해도 그런 모습 조차도
어느정도 걸러지고 각색된 나의 모습일 뿐이다...나의 깊은 저 본연의 모습은 아마 끝까지 드러내지 못할듯
정말 깊은 부분은 나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인식하면 살기 힘들테니까...??




이런 생각 말고도 에바 그린이 마리아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설정은...
사람은 본인의 부족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을 잘 갖추고 있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비슷한 사람이 좋다..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어쩌면 나는 이런 사람이고 그래서
나와 비슷한 이런 특성을 지닌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자신이 지녔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그 부분이 어쩌
면 본인에게 결여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이 영화에서도 에바 그린은 마리아에게 너와 나는 너무 비슷
하기에 평생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해서 한다...비슷하긴...비슷한 게 아니라 정 반대...




주노 템플을 비롯한 다이빙팀 여학생들을 보고 느낀 건...버림받는 상처...
난 내가 생각하기에 인생이 그다지 평탄했던 것 같지는 않다...여러가지가 불안정한 삶이고 여전히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하지만 단 한가지 부모님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느낀 일이 전혀 없다...
그래서 사실 누군가에게 버림받고 그로 인한 상처가 어느정도인지는 잘 모른다...물론 친구들과 싸우거나
버림받은 일은 있다...쉬운 예를 들자면 나랑 잘 놀아주던 애가 남자가 생겼다고 연락 두절하고 남자랑만
노는 경우 내 마음에는 적지 않은 상처가...ㅎ 난 피곤해도 놀자고 하면 놀아주고 나름 헌신했는데 남자가 생기니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지는...농담이고...하여튼 부모에게 버림받는 상처는 아마 어마어마한 모양이다....



주노템플을 비롯한 여학생들은 학업을 위해서 맡겨졌다기 보다는 버림받았다는 게 정확할 듯 하다...
맡겨두고 연락도 하지 않는 부모들이 상당수...한참 예민한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은 경우 두 가지 반응이...
누가 되었든 어른에게 무조건 반항심과 증오심을 갖거나 오히려 지나치게 다른 집착의 대상을 찾거나...
다이빙 팀원들은 후자의 경우...부모에게서 채워지지 않은 것을 어딜봐도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에바 그린에게서
채우는...그녀에게 의존하고 그녀의 보살핌과 가르침에 너무 만족하는...그래서 분명 선생님이 이상함을 알게
되었을 때도 인정하지 않고 선생님 편을 든다...옳고 그름보다는 그녀가 자신의 삶에서 사라지지 않게 다시는
버림받는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기에...물론 선을 넘어섰을 때는 돌아서지만....



영화 등급이 19금인데...특별한 장면이 나와서 그런 게 아니라 이상한 교사가 등장하는 설정 때문이 아닌지...
불편한 관계인 경우에 같이 봐도 아무 문제가 없을 영화....
내가 보기에 등급을 15세 이상으로 해도 될 것 같다...
아니 그게 옳을 것 같다...



멋진 영화다
화면도 예쁘고 음악도 좋고 이야기도 독특하고 나름 반전(?)도 있고 무엇보다도....
보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기에...
원작이 소설이라는데 소설로 읽었어도 좋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