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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터키 이집트

[터키 이집트-10]안탈랴 버스터미널-데니즐리 버스터미널-파묵칼레 석회층-히에라폴리스-칼호텔 라면-셀축 왈라비스 호텔

by librovely 2012. 2. 9.


2012년 1월 2일

안탈랴에서 파묵칼레로 이동해서 본 후 셀축으로 가는 날


이 날 동행인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이가 안 좋았었다...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그런 일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순간 벌어졌다...그것도 정말 별 거 아닌 이유로...


그래도 다음 날 풀려서 다행...사실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렇긴 난 그런 사람이니까...사람마다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는건데 그 부분을 건드리는 일이 생겼기 때문...
하여튼 내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동행인은 내 행동에서 거슬리는 게 없었겠는가...


무조건 솔직하게 반응하는 것도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를...
그냥 조용히 있었으면 문제 없었을텐데...자세한 건 뒤에서 다시...




아침에 일어나서 직원 아이에게 가보니 우리 옷을 잡다하게 걸어 놓았음...건조기를 써도 다 마르지 않는건가?
아님 건조기가 없나? 아님 사용법을 모르나? 잡다한 일을 하는 아줌마는 여전히 출근 전..


덜 마른 옷을 걷어서 방에 온풍기를 세게 틀고 펼쳐 놓는데 신경질이 났다...이게 무슨 세탁 서비스야...
덜 마른 걸 짐으로 싸기도 그렇고...나중에는 드라이기로 말리는데 드라이기 타들어갈까 걱정이었다..열이 받아서..
어쨌든 버스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짐을 싸고 미리 말해 둔 아침식사를 이른 시간에 먹기로 했는데...



아줌마가 없어서 이 아이가 직접 준비하는데 뭔가 부실...
계란도 안 주고...
그래도 뭐...
어제 샀던 쥬스를 뜯어서 마시는데 동행인이 맛있다고 하길래 이 걸죽한 느낌은 분명 화학성분을 넣어서 만들어낸
것이고 몸에 해로울 거라고 입맛 떨어지는 소리를 좀 해주니 놀라는 반응...정말 그런거냐고...아마도~




계산을 하는데 이 아이가 우리보고 얼마에 묵었느냐고 묻는다...
황당...가격도 모르나...
게다가 세탁 서비스 가격도 그래로 받음...그렇게 엉망으로 해놓고는...
화가 나서 세탁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자 전혀 못알아듣고 숙박비가 잘못된 걸로 알아듣고는 주인과 통화를 한다


화이트 가든 펜션 소개 중 영어가 안통함...이라고 쓰여 있더니 정말 못알아듣는다...
어이없지만 그냥 나옴...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갔다



아..그리울 안탈랴의 거리....
여기선 딱히 뭔가 본 게 아니라 쉬어서 그런지...그냥 우리 동네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좋고 또 좀 아쉽기도 하고...





차타고 다니면 현지인이 된 느낌...
나도 출근하고 있는 것 같다...현지인들의 출근 차량에 섞여서 택시를 타면...



안탈랴의 버스 터미널은 역시 사뭇 도시 분위기...




미리 예매해 둔 파묵칼레 버스를 처음 탔다...
타기 전에 메트로 회사에 가서 어필을 해 보았는데...뭔소리냐는 분위기...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말부터 시작해서...다른 버스회사도 종종 고장나는데 뭘 어쩌라는 말이냐는 분위기...
당연한 일이고 비일비재한 일인 모양이다...버스 고장은...물론 사과도 보상도 없고...


그렇게 메트로 회사가 싫어져서 우린 파묵칼레를 이용~
파묵칼레 버스 회사가 제일 나았던 것 같다...아...메트로랑 여기거만 타봤구나...그냥 메트로보단 나음...
간식도 더 많이 주고 버스도 새 버스...메트로 버스는 추워서 문제였는데 여기 버스는 히터를 너무 틀어대는 문제...


짐 보관용 영수증도 준다...
근데 짐 뺄 때 제대로 확인을 안해서....분실 대비라기 보다는 서로 내 짐이야~라고 싸울 때를 대비한듯한...



낮에 버스를 타고 달리니...
풍경도 보이고...
저런 간식 차가 지나가면 먹고 싶은 걸 하나 집으면 된다 역시 인스턴트 커피와 함께...



 


와이파이도 잡힘~
우리나라 뮤직 비디오 몇 개 보니...재미있다가 좀 피곤...




터키가 크긴 크다...
이렇게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중간에 들른 휴게소...
휴게소가 사뭇 분위기가 좋다... 혼자 커피마시던 저 여자가 인상깊었음...햇살을 혼자 즐기고 계셨음...




휴게소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눈에 들어온 뭔가...꾸물거리는 것들...
뭐지...하고 보니 토끼...
가까이 가니 몰려들기 시작...풀 뜯어 주니까 오물거리는 입을 갖다 댄다...아주 귀엽다...
차 출발하기 전까지 여기에서 토끼랑 시간을 보냄...

스노우캣이 자주 하는 그 말...
귀여우려고 태어났다
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이 쪽에도 일광욕 중인 개 한 마리



어제 사 둔 건강에 좋을(거라고 생각하는) 바....곡물바...하나를 먹었다




음악 방송을 좀 보고 그러니까 시간이 가서 드디어 데니즐리 도착...
짐을 3000원인가 내고 터미널 보관소에 맡긴 후 터미널 밖으로 나왔다...



터미널 근처에 버스 타는 곳이 있다..
이런 작은 버스를 돌무쉬라고 하는데...파묵칼레 행에 탔다...

밥을 못 먹어서 배가 좀 고팠고 과자...하나 먹음...칸쵸 분위기~



돌무쉬 타고 30분 정도 갔나?
정말 시골스러운 길을 지나감




버스에서 내려 파묵칼레 동네 구경...
정말 작은 동네...
유난히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한국 음식이 많이 보였는데...아마 온천문화 때문에 일본인과 한국인만 많이 와서 그런
지도...


터키홀릭이라는 책을 쓴 여자가 운명적인 터키 남자와 만났고 함께 지냈던 곳이 바로 이 동네구나...
아...이 지루해 보이는 곳에서 뭐하고 살았던걸까...
게다가 그 남자는 그 몇 해 전 석회층의 온천에서 성희롱 문제로 소송도 걸렸던 사람이라던데...
뭐 사람은 변할 수 있는거니까....뭐가 어찌되었든 그녀와 그 터키인은 진짜 좋아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 책을 읽어보면 그런 게 느껴지긴 한다...그럼 된거지 뭐...



이 시점에 생각 나는 노래 한 곡  B.o.B 의 Nothin' On You

http://www.youtube.com/watch?v=OLZ-V66of1c

지나간 여자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너는 다르다...너만한 여자는 없었다
지나간 여자 그런거 신경쓰지 말아라....다 시간낭비였을뿐이다...
(그런 말을 지나온 여자들에게 항상 해온 건 아니었을까? ㅎㅎ)

과거 때문에 골치아파진 남자가 있다면 이 노래를 써먹으시라고 추천 날리고 싶음...진심인지 어떤지 알 길이 없지만
그렇게 믿고 싶어할거고 원래 사람이라는 게 원하는 것만 보고 듣는 경향이...ㅎㅎ 그래서 행복해진다면 그것도 괜찮지..



나무와 하얀 석회층이 가 본 적도 없는 북유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서늘한 이런 분위기 좋다...

북유럽 하면 렛미인...
스웨덴은 참 묘한 이미지...지금 개봉한 밀레니엄도 스웨덴...헐리우드판과 스웨덴 판 둘 다 있던데...
스웨덴 버전이 나을듯...보고 싶은데 못봤다...이러다가 내리는 거 아닌지...


언제 꼭 렛미인의 그 추운 마을에 가보고 싶다...
심하게 추운 하얀 배경의 썰렁한 변두리 마을이 좋다...영화 스토리도 좋았지만 배경으로 등장한 화면도 맘을 뺏음..



저 멀리 보이는 석회층...
입장료가 13000원 정도...비싸네...그냥 지나갈뿐인데...


사실 여길 꼭 와봐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딱 이럴 거 같았고 정말로 딱 그랬다...
사진 봤는데 꼭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굳이 들르지 않아도 될 곳...
동행인이나 나나 그렇게 합의를 봄...

꼭 와 볼 필요는 없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만 한다...안 그러면 걸린다...ㅡㅡ;
수건을 가져가야 했는데 우린 없어서 그냥 티슈로 겨우겨우...
걸어 올라가는데 상당히 오래 걸림....근데 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게 좋은 방법...
우린 걸어 올라갔고 올라가니 내려갈 길이 없었고... 우왕좌왕 하니 어떤 아저씨 한 명이 접근...


길을 알려주겠다더니 나중에는 자기 차를 타고 가자고 했고 뭐 걱정하지 말아라는 식으로 말을 하니 갑자기 걱정이...
그냥 택시라도 불러서 타면 되는거지 뭐하러...라고 생각하고 잘 가시라고 했다... 이 아저씨가 어쩌고 이야기 할 때
옆에 터키 여자 경찰이 서 있었는데 그녀 표정 정말 웃겼다... 뭐랄까...웃기고 있네~ 하는 표정...
나도 알아요~ 그 아저씨가 웃기고 있다는 걸...ㅎㅎ



고단함에 씨에스타를 즐기고 계신 파묵칼레 개


 

히에라 폴리스....
다 무너졌다...
가까이 가다가 다리 아파서 포기...
어차피 에페스에서 볼거잖아~ 하며 쿨하게 포기...

 

 


이런 풍경을 보며 이상한 길로 내려감...택시는 찾아볼 수 없었고...
어쨌든 한참 사람도 없는 길을 걸어내려가서 동네에 이를 수 있었다



배고프고 심하게 피곤...





칼호텔에 들어가서 신라면 주문....6200원...
한국인이 요리한다고 쓰여 있었으나 터키인이 요리...
동행인에게 왜 한국인이 없냐고 물어볼까? 하자...잠깐 없는거라고 하겠지? 아니면 본인이 한국인이라고 우기던가..
라고 해서 웃겼다...

라면도 신라면이 아닌지 모르겠는데 동행인은 아닌 거 같다고...
어쨌든 아주 맛있었다...



다시 데니즐리로 돌아와 맡겼던 짐을 찾아서 예매해 둔 셀축행 파묵칼레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익숙한 얼굴 등장


카파도키아에서 만나서 투어 하나 같은 했던 그 아이들을 만났다...
터키는 정말 한 번 보면 계속 마주침...
같은 버스를 타고 셀축으로 간다고 했다...동행인은 친해서 반가워했고 별로 안 친한 난 그런가보다...하고 뭐...




차장은 항상 젊은 남자~ 라서 좋다...비행기도 이런 문화가 확산되면 좋겠다...서비스직에 남자 좀 많이요~




이런 노래도 들어있구나.... 한참 열심히 들었다~
낮 혹은 오후에 버스를 타니까 마냥 잠이 오진 않고 뭔가 할 것을 주섬 주섬 찾고 앉아 있게 된다...



그러다가 지겨워져서 나꼼수 듣기 시작...
동행인의 폰에 다운받아 놓은 걸 1편부터...사실 숙소에서 자기 전 동행인은 자장가라며 이걸 틀어 놓곤 했다...
요즘 방송을 틀어놓았는데...욕도 나오고 좀 과격한데 뭐 내용은 재밌고 유치하게 낄낄댈 내용도 있고...
재밌게 듣지만 신기한 건 어느새 잠든다는 것...


하여튼 1회를 듣는데 자꾸 졸고 앉아있었다...

진중권이랑 나꼼수랑 뭔가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내 의견은?  무조건 진중권 말이 옳지...
물론 아주 아주 가끔은 엥? 하는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옳다...논리적이고 문제 없다...
엥? 하는 그 부분은? 그건 실수지~~


요즘 그 비키니 어쩌고 하는 건 음...나도 좀 아니라고 본다...
난 욕이건 비키니건 뭐 그다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쓰는데...
이런 저런 상황에서 본 비키니 응원은...괜히 멀쩡한 의견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쪽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문제... 그리고 의도가 아니라고 본다...그게 진짜 그 의도로 보낸거니? 그게 응원의 의도니? 순수하게....흠..
아니라고 봄...그 부분이 살짝 역겹고 느끼함...어느 면인지 모르나 자존감 낮은 여인네들은 그런 식으로라도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도...음...이건 절대 절대 내가 그녀들을 부러워해서 그러는게 아냐...안 부러워...안 부러워...
라고 하지만 왜 이리 내가 불쌍한 느낌이 드나...그만해야지...이야기가 요상하게 흘러가네... 솔직히 진짜 안 부럽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은 대체 누가한건지...즐~~




이렇게 커피믹스에 손을 댄지 며칠째...




어린쥐 쥬스와 과자~
내가 두 개 집은 게 아닙니다...난 그런 사람 아닙니다...어글리 코리안 아님....
동행인이 집어서 나 준 것임...
외모는 동행인이 작고 애 같지만...동행인은 맥주 좋아하는 사람...난 과자 부스러기 좋아하는 사람임...


그렇게 저렇게 이렇게 시간이 흘러 4-5시간 후 셀축 도착...
8시 정도 되었나? 그러나 깜깜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동행인은 그 카파도키아 아이들에게 숙소 정했니? 하더니 안 정했으면 같이 가자 따라와~
라고 했고 난 이 말부터 가슴이 꼬이기 시작...난 좀 예민하다...말 한 마디...동작 하나 하나...그 상대가 친한 애라면
개의치 않고 막말과 농담을 던져댈 수 있고 또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우스개 소리를 해댈 수 있다..... 자학면에서는
나를 따라올테면 따라와봐~(유승준 생각난다...이런 것에서 나이가 나오는 법...ㅡㅡ;) 하여튼 편한 관계에서는 아무
예민한 면이 없는데 어색하거나 잘 모르는 관계에서 남에게 뭔가 부담을 느끼게 하는 말을 잘 못 견딘다...


난 그래서 같이 가기 싫어할 확률이 다분한 그 아이들에게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한 게 마음에 너무 걸렸다...
그 말을 듣자마자...으으윽 그런 말 하지 말지..하지 말지...무한 반복...표정 살짝 가기 시작...
그 애들은 우리와 같은 곳으로 가기로 했고 또 다른 여자 아이와 그녀의 엄마도 같이 걷기 시작...
난 이미 머리 속에서 내일 아침에 나갈 때도 이 멤버들과 같이 어딘가에 가야 하는거 아냐...하는 걱정부터....
어쨌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난 신경쓰이는 거 싫어...
편안하게 지내다 가려고 여행 온 거란 말이야...으엉엉...


그렇게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고 있는데...
동행인이 카파도키아 아이 두 명 중 친한 그 아이에게(사실 친한 건 아니다...상대적인 표현일 뿐...) 캐리어를 주면서
야 끌어...라고 했고..그 아이는 얼떨결에 잡고 끌기 시작...난 좀 잘 아는 편이다...뭘 잘 아냐면...표정의 미묘한 변화..
그래서 살기 힘든 면도 있다...너무 빠르고 잘 파악한다는 것...저 사람 기분 저렇구나...저 사람 이래서 이렇게 느끼고
있겠구나...요딴건 잘 파악한다...엉망으로 파악하면서 혼자 착각하는 건지도 모르지만...몰라..난 잘 아는 것 같아...


하여튼 그 때 그 아이 표정을 살피니 속상한 표정...빠른 속도로 스캔...그 아이는 작은 배낭 하나 들고 왔다...
그게 무슨 의미겠는가...걔도 짐 들고 다니는 거 무지 싫어한다는 것이지...옷이고 뭐고 많이 챙기기 싫어서 그러고 왔진
않았을 터...그런 욕구보다 짐 없이 다니고픈 마음이 더 컸을텐데...게다가 그 아이가 차라리 우리 또래나 혹은 그 이상
이고 뭔가 이성으로 관심을 가질 여지가 있거나 살짝이라도 그런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캐리어 던져주며 도발(?)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나도 그런 정도는 이해한다...하지만 지금 상황은 이거 완전히 아줌마들에게 낚여 개고생한다고 생각
하면 어쩌지 였기에...하여튼 안 좋은 그 아이의 표정 뒤로 나온 말 한 마디가 굳히기 들어감~
누나 라끼 사주세요~ 맥주가 아닌 비싼 라끼를 사달라는 그 말을 난 나 힘드니까 억울해...술이라도 얻어 마셔야겠다...
로 들렸고...속은 뒤집어지고 있었다...아...이런 분위기 너무 싫어....


이게 무슨 분위기냐면 이런거다...
옛날에 친구 중 한 명이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했다...아 착하다...그런 의도 내비치는 건 참 좋지...
나도 사람이기에 그 애가 나에게 영화를 보여주면 당연히 알아서 뭔가 대응을 하려고 했다...일단 그런 제안을 한 거
자체가 예쁘니까...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내가 영화 보여줬으니까 네가 커피사라 라는 말을 대놓고 했고...
속이 이상해짐...그게 뭐야...뭐 거래하니... 그러니까 너무 계산적인 왔다갔다는 아무 감동도 없고 더 싫다는 것...
내가 짐 들고 고생했으니까 술 사라...이런 뉘앙스니까 아...듣기 민망해... 뭐 이런 계산...


게다가 또 그 아이의 친구가 숙소에 다 도착해서 계단 앞에서 짐 들어 드릴까요? 라고 묻는데...다시 짜증이 솟구치는..
뭐랄까...그 애가 쓸데없이 아줌마에게 신경을 살짝 쓰이는 그 상황이 너무 싫었다...그 아이에게 폭풍 감정이입...
그래서 아니 내가 들고 갈거야...이러고는 못 올려서 낑낑...다른 숙소에서는 거의 직원이 들어줌...근데 여긴 남자애들과
같이 와서 그런지 직원들이 손 놓고 바라만 봄...결국 도움을 받았는데 아...정말 이래저래 짜증나....


또 숙소 주인아저씨...그러니까 왈라비스 주인이 악수를 한 명 한 명 청하는데 예민해진 나는 그것도 싫어서 짐이
있다고 손이 없는 척 하니까 계속 불쾌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고 있고 짐을 털썩 놓고 손을 대자마자 빼버렸다...
아 그냥 짜증이 나니까 이도 저도 다 싫고...여기에서 왈라비스 아저씨와 난 사이가 나빠짐....ㅋ


난 이미 이 공간을 나가야겠다만 속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저 애들과 다른 숙소로 갈테다...무슨 핑계를 대서라도...그 애들이 싫은게 아니라...그냥 내일 만에 하나 같이 다니게
된다면 뭔가 아까와 비슷한 상황이 또 생길 거 같고 난 그런 걸 유별나게 싫어하기에...


십년도 더 전에 있었던 일 하나...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어떤 남자아이가 이런 말을 하며 투덜댔다...
아 저 일을 시키냐...저거 어차피 하러 가도 지저분하다고 여자들은 안 시키고 우리가 다 할거 아냐...
난 그 말이 정말 너무 너무 머리 속에 파고들었고... 난 그 지저분한 일을 더 독하게 열심히 했던 기억이...
그게 아주 자존심도 상하면서도 뭐랄까 남자애들도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좀 들고...하여튼 그런 상황 정말 싫다
더 해볼까? 난 데이트 중인 남자가 여자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있는 것도 너무 싫어...대접받는 다는 느낌이 아닌
바보가 된 느낌이 든다...여자가....아니 지 가방도 못드나...그럼 맨 손으로 나오던가...
절대 부러워서 그러는 거 아님 2
정말...ㅡㅡ;;


하여튼 여자가 약한건 맞지만...약한척하고 그걸 과장하는 건 정말 싫다...그렇다고 동행인이 그랬다는 게 아니라...
사실 동행인이 무슨 대단한 실수를 한 건 아니다...내가 예민하고 내가 유별을 떨고 앞서나갔다는 게 내 이야기의
요지... 이번에 깨달았다...내가 이런 이상한 면이 있구나...


이 다음에는 왈라비스 아저씨와 엉망진창 대화 시작...
난 기분 나쁘면 표정이 썩어들어가 있다...이상한 표정으로 대화를 했으니 이미 주인도 기분이 나빴을듯...
올라가서 방을 봐라...
짐은 놓고 방만 보고 오겠다(난 무조건 싫다고 하고 나가려고 했으니까)
그럼 두 번 왔다갔다 해야 한다 짐 들어라
싫다...일단 방만 보겠다
그럼 두 번 왔다갔다 해야 한다 짐 들어라
방만 일단 체크하겠다니까
그럼 두 번 왔다갔다 해야 한다 짐 들어라


쨰려봄...아저씨도 날 째려봄...분위기 싸해짐...


그래 그럼 짐 들고 다시 나오지 뭐...이러면서 짐 들고 엘리베이터 탑승...
숙소 도착...딴 데 가기 힘들다 그냥 있자는 동행인...나도 내가 좀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냥 그러기로..


그렇게 숙소에 들어갔고...
잠깐 나가서 간단히 먹을 것을 샀다...내가 좋아하는 나나~를 포함해서...나나~ 바나나~~그리고는 들어와서..


이제 짐 풀면 또 그 아이 술 사주러 나가야 할테고...아...그냥 뭐 다 신경이 쓰인다...이럴려고 온 거 아니야...
만 속으로 반복...예민해질대로 예민해졌고 나의 판단력은 마비상태...아주 가끔 오는 그 바보같은 순간을 여기서...
왜 사람이 살다보면 내가 왜 그랬지 싶을 정도로 이상해질 때가 있지 않나...이 때가 난 그랬다..


짐을 놓고 안 좋은 표정으로 있었다
동행인이 왜 그러냐고...
순간 솔직히 말해야 더 크게 기분이 상하지 않겠다...솔직히 내 기분을 말하기로 정하고...말했다...


나 좀 불편해...
-뭐가?
그냥...그 애한테 같은 숙소로 가자고 한거도 신경쓰여...
-뭘 신경써? 숙소 안 정했으면 같이 가자고 한거고 길도 같이 찾고...어차피 오기 싫었으면 안 따라왔을거야
그래도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잖아...
-왜 그래? 별로 신경도 안쓸텐데...
그리고 네 캐리어를 그 아이가 끌고 다닌 것도 걸려...
-뭐가?
그냥 걔가 먼저 들어준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떨렁 맡겨버리는 게 신경쓰이더라고...
-뭐 어때? 동생이니까 힘든거 좀 도와주면 내가 술 사줘서 갚으면 되는거지...왜 그래?
그래도...
-하긴 언니 짐은 들어줄 생각도 안하더라
 (동행인은 나보다 한 살 어리고...내가 기분이 상한 이유는 내 짐을 아무도 들어줄 생각을 안하고 혼자 들어서
라고 여기는 것 같았고 난 어이 없어서 잠시...할 말을 잃었다...)
-그럼 결국 나때문에 언니가 화가 난거네.. 나 때문에 불편한거네...뭐가 그리 심각해?
아니야...내가 오늘 예민한 것 같아...네 말 들어보니 그래...아무 문제가 없는 단순한 상황인거네...
-내 행동이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거잖아...
아니야 내 생각이 좀 이상한 것 같아...
....
....
...
....


그렇게 어색한 침묵...
이미 후회하기에는 늦음...


난 씻을게...하고 들어갔고...(일단 이 어색한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내가 나오자마자 동행인은 씻으러 들어갔고...나오더니 바로 얼굴에 시트팩을 붙이고 누워버렸다...
(시트팩을 붙이면 눈을 마주칠 수도 대화를 하기도 힘들다...)


동행인이 잠깐 잠깐 카톡 하는 것을 봤는데...어쩌면 그 아이에게 술 못사준다는 이야기를 했을지도...
나 때문에...??  뭐 이건 모르는 일...
하여튼 내 이상한 성격 때문에 동행인이 또 이렇게 숙소에 처박히게 만들었어...하는 죄책감이 밀려들기 시작...
술 좋아하는데...난 술도 같이 잘 못 마셔주면서...술 먹을 애들도 차단시켜버린 갑갑한 상황...


그렇게 일찍 잔 건 처음인듯...
9시 조금 넘어서 잠자리에 본의 아니게 들었고 눈 떠보니 아침...
이럴 때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대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였고 그게 정답이었다...


사실 우리 둘 다 그렇게 서로에게 화가 날 것은 없었으니까...그냥 내 오버스러운 계산이 이상한거고...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별 일 없이 잘 다녔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또 낄낄대고 있었다...
이런 성격이니까 오래 친하게 지내고 여행도 같이 온거겠지...
대놓고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뭐 그렇게 적당히 풀렸다...
내가 과했던 것 같다...확실히... 난 얘한테 언니 노릇 전혀 못함...그래서 동생님도 나에게 항상 반말 가끔은 훈계?
ㅡㅡ;


캐리어 한 번 들어달라고 했다가 나에게 된통 당한 동행인에게 아직도 미안함이 있다...음...
다음 날 동행인의 행동을 보니 나 때문에 캐리어에 트라우마가 좀 생긴듯...그건 다음에 쓰기로 하고...

 

 


다음 날 밤에...
왈라비스 숙소를 찍지 못했어...하며 찍어보려니 방이 엉망...이라서 셀카를...
그러나 이미 저 아래로 엉망진창 숙소 풍경이 다 보인다...



이 날 정말 눈앞이 캄캄했었다... 시트팩을 붙이고 누워있는 동행인을 보면서 내일부터 따로 다녀야 하나...
이집트는 어떻게 혼자 다니냐...아직 보름이나 남았는데 이 불편한 상황을 어쩌냐...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난 뒤끝이 바보같을 정도로 없는 편인데...물론 결정적인 경우 아예 끝이 나버리지만...
동행인과는 그동안 이렇게까지 불편해진 일이 전혀 없어서 어떻게 나올지 감이 오지 않았었다...


하여튼 이렇게 바보짓을 해서 그런지 서로 좀 더 조심했을 수도 있고 그 다음 여행은 더 순탄했다...
우린 서로 마음 상한 일이 없었다...최소한 나는 그랬다...


가끔 따로 다니는 게 필요하다고 여기는 이유도 없으면 그립고 외롭고 소중함을 느끼기에...
다시 만나면 더 잘해주고 배려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데...음...그러지 않아도 알아서 그럴 수 있을
고매한 성품이라면 제일 좋겠지만...


이 날 이래서 그 다음에 더 잘 지냈어...라고 의미라도 부여해야 마음이 그나마 편하다...
정말 후회로 점철된 날이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