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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터키 이집트

[터키 이집트- epilogue]

by librovely 2012. 1. 21.


거처갈 도시 지명도 모를 정도로 준비도 거의 안했고 걱정도 유난했던 이번 여행이 끝났다


나름대로 올해에는 신상의 변화를 만들기로 결심했기에 이번이 맘편히 돌아다닐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물론 그게 그렇게 될런지 아닐런지는 내 손에 달린 문제가 아니지만...하여튼


터키는 생각보다 멀쩡한(?) 나라였고 이집트는 생각보다 힘들었다...아프리카 최대의 도시라고 지칭되는
카이로...를 나는 대단히 현대화된 도시로 생각했는데 카이로도 그렇지만 이집트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가난하고
그래서 나까지 힘겹게 만든 곳...내가 대체 이 곳에 왜 찾아가서 이 고생을 하고 있지 라는 생각으로 돌아오기
3일 정도를 남겨두고는 이례적으로 빨리 집에 가고 싶어...라고 투덜대서 동행인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그 말을 내뱉은 다음날부터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왜 그랬을까?


그리고 돌아와서도...
죽겠다...
뭔가 무척 힘든데 이유도 모르겠다...
이집트는 아련하게 그리움을 유발하는 이상한 나라인 것 같다...
대체 이집트가 나에게 뭘 해줬다고...기억나는 건 대부분 힘들었던...


터키를 먼저 가서 그런지 그리움의 대상은 역시 이집트...그것도 카이로...
먼지로 뒤덮여서 건물 색이 모두 뿌옇고 택시 잡아 흥정하기도 지겨웠고 지나다니면 끊임없이 말을 걸며
독하게 호객행위를 해대는 사람들도 지긋지긋 했는데... 게다가 음식도 그다지 맞지 않았고 편하게 쉴 카페도
눈에 뛰지 않았고 여기 저기에서 피워대던 물담배 향은 나중에는 역겨움을 유발하기까지 했는데...
좋은 호텔은 아니었지만 그냥 평범한 숙소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들어간 숙소마다 뜨거운 물은 샤워 도중
끊기고 방에는 난방시설이 없고 오히려 실외보다 더 추워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아마 이런 공간에서 그 말이 나왔던 것 같다...빨리 집에 가고 싶어... 이 말은 아마도 동행인에게 좀 상처를
 주었던 것도 같다...난 그냥 한 말인데...)
피라미드 근처의 호객행위는 치를 떨게 만들 정도였다...열 두 세살 정도로 되는 아이가 악의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나에게 입다물라고 소리쳤을 때 온 몸에 힘이 싹 빠지던 그 순간도 잊을 수 없다...끔찍했다...


사실 뉴스를 보고 두려워했던 타흐릴 광장의 시위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딱 한 번 평화적으로 걷기 시위를
하는 할아버지들을 본 기억은 있다...문제는 그런 시위는 아니었다...최소한 내가 갔을 때는...
그렇다고 안전한 곳도 아니다...가난하고 지저분한 것에서 끝난 나라가 아니라서 아마 스트레스가 많았던듯..
호객 행위와 관광객 속이기는 도를 넘어선 기분...얼마 손해보고 말고가 아니라 기분이 상당히 나쁜 그런 문제
그리고 관광객을 몸으로 매일 상대하는 그런 사람들은 정말 독하고 위험하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피라미드나 각종 유적지가 가장 위험한 곳...남자라도 혼자 다니면 절대 안된다...


하여튼 이런 끔찍한 나라인데 왜 그립지?
힘들다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옆에서 동행인이 아마 많이 생각날거야 나중에...라고 얘기하곤 했는데
그런가보다
힘들고 지긋지긋해서 더 생각나는가 보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그런건 나중에 써야지...
지금은 나쁜 것만 생각해서 벗어나야겠다...


터키는 워낙 유명한 여행지니까 당연히 많이 갈거고...
누가 이집트는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역시 꼭 가보라고...
피라미드나 각종 신전도 이유가 되겠지만 다른 특별함도 있는 것 같다...
단 기간을 좀 길게 잡아서...난 오고가는 날짜 빼고 딱 11일을 지냈는데 룩소르는 아예 안보고 지나쳤음에도
시간이 좀 부족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유적지야 짧게 보고 와도 되지만 현재의 이집션의 생활을 느껴볼
수 있는 카이로에서의 일정이 부족했다...하루 하루 머물수록 새로운 것이 보이는 기분이었고 그걸 더 봤어야
했다는 생각이...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물가도 싸니까...최소 15일에서 20일 정도 여유있게 머물러 보면 어떨까...


어쨌든 아쉽다....
카이로에서 더 오래 머물지 못했던 게 아쉽고 여유있게 지내지 못했던 일정이 아쉽다...


그야말로 흔해빠진 표현이지만 이 방법밖에 없다...

꿈꾼 기분이 드는 이집트에서 빨리 벗어나 나의 잉여+오덕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물론 터키도 좋았다...그러나 터키는 멋진 여행...이집트는 그걸 넘어선 꿈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