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하하하 夏夏夏 Ha Ha Ha 2010 한국

by librovely 2010. 5. 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봤다
조조로 봤다
CGV 조조는 너무 이르지만 씨네큐브 조조는 조조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 괜찮은 시간
자리를 다른 곳으로 해달라고 하자 망설이더니 화이트로 지우고 손으로 써서 준다...ㅎㅎ
씨네큐브의 명당은 중간의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곳....사이드라도 난 그 자리를 선호한다~



평일 대낮에 돌아다니는 건 정말 즐거운 일
다만 오늘 날씨는 너무 가혹했다....영화관 자리 마저도 에어컨이 나오는 곳 바로 아래라서 떨며 봤다...
그것만 빼면 완벽했다...영화가 너무 재밌었다...



내가 보자는 영화를 별 말 없이 같이 보는 동행인과 함께 보러갔다
물론 무슨 영화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광화문에서 만나자는 말을 듣고는 아마 대강 짐작은 했으리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이미 독한 영화로 단련?을 시킨 이력이 있기에...이 정도의 영화는 뭐 괜찮겠지 하였다...
역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한 번도 본 일이 없다고 한다....한국 감독이고 재밌을거야~ 라고 대강 얼버무렸다...



나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야 뭐...작년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편을 봤을 뿐이다...
하지만 그 영화 한 편으로도 충분히 감이 왔다....이 감독 영화 내 취향이다....
너무 일상적인 장면? 아니 일상보다 더 과하게 일상스러운 장면들...영화답지 않은 영화...
뭐랄까 너무 있는 그대로 찌질?하다고 해야할까...특히 남자의 실상?에 대해 그야말로 리얼하게 알 수 있는...
영화라고 보기도 이상하고 다큐멘터리도 아니고...TV에 나오는 인간극장과 영화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는?
아니 그것도 아니고...인간극장은 있는 그대로의 생활을 편집해서 보여준다면...홍상수의 영화는 인간극장을
다소 더 까놓고... 더 추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야하나...으아암...하여튼 독특하다...그래서 좋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낄낄거리며 잘 봤는데 이 영화는 정말 심하게 키득거리며 봤다...나에게 이만한 코미디도
없을듯...내가 낄낄거릴 수 있는 요소가 많이 들어있었다...동행인도 많이 웃어댔다...혼자 봤다면 훨씬 크게 웃었
을텐데...생각보다 다른 관객들은 그다지 많이 웃지 않았다...그들은 아마도 감정이입이 덜 되는 모양이다...
그러게 나처럼 평소에 찌질하게 살아봤어야지...하여튼 영화 제목처럼 많이 웃게 만든 영화였다~



김상경과 유준상이 청계산에서 술을 마신다...마시면서 둘 다 통영에 다녀왔음을 알게 되고 그 때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한 가지씩 번갈아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영화 스토리가 진행된다...청계산 장면은 정지 화면...
그러니까 흑백 사진으로 나오는데...참 괜찮은 방식...



처음에 주고 받은 이야기는...
김상경이 문소리를 처음 본 장면...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마지막에 덧붙이는 결론이란...
그 여자 종아리가 예쁘더라...얼굴은 뭐 보통인데 몸매가 참 예뻤어...
그 다음 유준상의 이야기도....김강우를 좋아하는 김민선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역시 마지막에 덧붙이는 말이..
몸매가 참 예뻤어...그러면서 쐐기를 박는 한 마디...여자 몸매가 주는 힘은 대단한 것 같아...맞나?? 하여튼
그런 의미의 말을 심히 진지하게 해서 웃겼다....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소리를 떠들곤 하는구나...
보통의 남자들이 어떤 대화를 주고 받는지 궁금했는데 그런 것을 알려주기에 난 이 영화가 좋았다...
다분히 남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그래서 새롭고 재밌었다....그래서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더 의미있을 듯...



김상경은 그렇게 얇고 곧고 긴 문소리의 종아리에 마음을 뺏긴 후로 참 적극적이고 센스없고 무식하기도 하게
문소리를 따라다닌다...대책없는 인간 같으니...그에게 계산이나 계획이란 없다...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나오는데 이번에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모습을 김상경에게 담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김상경이 원래 외모가 이랬나? 일부러 운동도 안하고 살을 좀 찌운 것 같았다...배도 나오고...그야말로 아저씨...
몸이야 그렇다 쳐도...압권은 연기...예술이다...그 대사 치는 것 하며...몸 동작과 표정이...연기 정말 잘한다....
툭 하면 양손을 어색하게 맞잡고 어쩌고 저쩌고 남의 비위를 맞추는데...정말 찌질해서 눈뜨고 보기 힘들다....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윤여정에게 옷이 너무 야하다고 했다가 옷걸이로 종아리 맞는 장면...ㅎㅎㅎ
꿈 속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장면도 웃겼다...




문소리도 요상한 캐릭터...
처음에는 평범한 줄 알았는데...누군가 자신의 설명에 태클을 걸자...막 떠들다가 자기 감정에 휩싸이고...
날씨가 더워서 호텔에서 만나자고 한 김상경에게 잡풀을 마구 뜯어와서 던지며 혼자 오바하기도 하고...
이런 오해를 받으면 남자들이 참 난감하긴 할 거 같다...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뭐랄까...어쩌다가 몸이 스쳤는데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상대 여자가 오바하며 화를 내고 난리를 치면...




유준상은 사실 처음에는 몰랐다...유부남 설정인 줄...그는 스튜어디스인 예지원과 함께 여행을 하는데...
알고보니 그는 유부남...예지원은 처녀...즉 뭐라고 하더라...내연녀? 라고 하면 되나? 하여튼 그런 사이다...
예지원을 아무에게도 소개시키지 않으려 하길래 결혼은 하기 싫고 만나서 노는 건 재밌고 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유부남이라서 그런 것...영화평론가라는 사회적 지위도 있고 말이지..그는 딸도 있다고 한다...그러나 예지원은
그가 너무 좋아서 그런 대우를 받고도 떠나지 못하는 모양...대체 뭐가 좋았을까?  어쩐지...영화 초반부에서
유준상은 그런 표현을 한다...예지원과 있으면 자신의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고...그렇구나...
부인과 있으면 지루해 죽다가...새로운 젊은 여자와 놀면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모양이구나...
이해할 수 없다고 쓰고 싶지만...대강 무슨 느낌인지는 알 것도 같다는 이 난감함....
새로운 장소...새로운 예쁜 것을 보면 즐겁지 않은가? 그런 거랑 뭐 비슷한 게 아니겠는가....




예지원은 스튜어디스로 나오지만 그다지 그래 보이지 않았다...그냥 예지원은 예지원...ㅡㅡ;;
본인의 캐릭터가 너무 강하다..아님 올드미스 다이어리 캐릭터가 너무 강했나?
하여튼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연기도 크게 색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역시 올드미스 다이어리스러운 역할이 딱 인데...




김강우는 시인...
잘생긴 외모로 능력도 있고 외모도 출중한 김민선의 짝사랑 대상이자 문소리의 애인....
그는 아무런 생활능력이 없는 것 같고...단지 남에게 빌붙어서 시를 쓰는 시인....
술 양도 조절할 만큼 매일 시를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시인...안 어울리면서도 어울린다...
이런 김강우를 문소리는 외모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다...그렇지 뭐...여자도 남자 외모 보니까...ㅎㅎ
문소리는 이혼녀다...수색대 출신 남편...해병대 출신 김강우...그리고 공수부대? 출신 김상경까지....
마지막은 신빙성이 확 떨어지긴 하지만...김강우는 문소리와 사귀면서도 김민선과 놀기도 하고 그런다...
김민선은 그런 걸 알면서도 김강우가 좋은 모양...이해가 안가지만 영화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 걸 보니
그런 경우도 많은 모양이다...그렇게라도 만나고 싶을 만큼 좋다니...참 신기하다....




김강우가 김민선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김상경은 문소리에게 이야기하고 그렇게 김강우과 문소리는 잠시
헤어지게 되고 그 틈을 김상경은 우둔해 보이나 잘도 파고든다...그렇게 결혼 이야기까지 오고 가지만...
윤여정에게 이미 김강우와의 사이를 보여준 상태라서 문소리는 윤여정이 시어머니가 된다는 것을 알고는
뒷걸음질 치고 다시 김강우에게 연락을...음...정말 싫다...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이 남자랑 잘 해보려다가
안되니까 차버린 남자 다시 찾아가는...하여튼 바람 피우는 것을 쪼르륵 일러버린 김상경...ㅎㅎ



이 영화에 계속 등장하는 호텔....아니 모텔인가? 파...어쩌고 호텔이었는데...
김상경은 김민선과 그리고 그 다음에는 문소리와 호텔 앞까지 왔다가 여자들이 다 돌아가버리고 혼자 남는데...
뭔가 불쌍한 그 장면에서조차 스스로를 위로하며 담담하게...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웃겼다...
나중에는 김강우에게 4 번이나 일방적으로 얻어 맞고도...자신이 의연하게 잘 참았다고 말하는데 그것도 웃기고..
남자는 참으로 긍정적인 동물?




유준상은 나중에 큰 아버지에게 예지원의 존재를 알리고 혼이 난다...그래도 그 일로 예지원은 그가 자신을
좋아함에 확신을 갖고 그냥 가정을 깨지 않더라도 이젠 자신은 이 상태로 지내는 것에도 만족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그 전에 확신이 없던 때에 예지원은 계속 유준상에게 자기가 진짜 예쁘냐고 물어본다...
수시로...그러고는 왜 예쁜데 함께 안 사느냐고 말하는데...커밍아웃?한 이후로는 그런 질문을 안 했을듯...




영화에 뭐 대단한 진리?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반복해서 나오던 것이 뭐더라...
좋은 것만 본다?
김상경은 꿈에서 장군을 만난 이후로 좋은 것만 본다는 소리를 떠들고 다닌다...



그리고...김강우....
그는 보는 것이 다는 아니다...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저기 저 거지가 뭘로 보이냐?
거지로 보이는가...거지의 옷을 벗기고 잘 씻겨 놓으면 완전히 다른 사람일거다...
우린 저 거지에 대해 절대 알 수 없다...뭐 이런 말을 흥분해서 하기도 하고...
꽃 화분을 선물하는 문소리에게 이 꽃은 대체 나에게 왜 주느냐...
네가 이 꽃이 뭔지 알기나 하느냐....
왜 누가 누굴 좋아하면 묻지도 않고 이런 걸 선물하려고 하느냐...
이런 대사가 무슨 의미인지 대강 알 것도 같으면서도 참 웃겼다....



그리고 이렇게 신경 곤두 선 김강우에게 유준상이 넌 실존주의에 빠졌어...라고 말하는데 왜 그 대사가 그렇게
웃겼는지....참...유준상은 우울증 약을 먹는다...누구보다 활발해 보이는 그는 갑자기 표정을 어둡게 만든 후
우울증 약을 먹는다...심각한 상태다...라고 말하는데...코미디다...그의 우울증을 인정해 주는 사람은 역시
예지원뿐....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보인 동행인의 반응
재밌다...진짜 웃기다..
김상경 진짜 구질구질하다..
그런데 이 세상의 어떤 남자든 다 저런 면을 갖고 있긴 한 거 같다....
제 아무리 영화감독이라고 해도 결국 저런 찌질한 모습이 있는거지...




재밌다
홍상수의 영화는 일단 재밌다
내용도 재밌고 김상경 유준상 김강우 문소리 김민선의 연기 구경도 참 즐겁다...
김민선도 뭐야...하는 반응을 유발하는 행동을 몇 번 한다...첫 부분에서 자기가 스파이였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배에서 남자들 앞에 폼잡고 서서 바람을 맞는 장면도 그렇고...
그리고 자세히 뭐가 좋은지 잘 알지도 못하지만... 발자크의 이 명언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위대한 작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바라볼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발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