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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낭만적 사랑과 사회. - 정이현

by librovely 2007.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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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ㅅㅏ랑과 ㅅㅏ회.          정이현.     2003'     문학과 지성사.

 

 

'달콤한 나의 도시'를 쓴 작가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에 실린 작가의 사진은 솔직히 비호감...

근데 이 책의 사진은 너무 분위기 있는걸....

작가의 얼굴마저 이리저리 재고 앉아 있는 이 개념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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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가 상당히 재미있었기에...궁금했다.

정이현이 상을 받은 '낭만적 사랑과 사회' 내용은 무엇일까?

제목이 뭔가 수준 높아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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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240여 페이지로 얇은 편이라 일단 부담이 없었다.

표지는 나름 맘에 든다. 자세히 보면 엷게 글씨가 쓰여져 있다.

 

정말 빠르게 몰입되는 책이다. 단편들로 이뤄져 있는데...

상당히 20대 여자에게 익숙한 단어들과 문체로 이뤄져 있어서

날아갈듯이 빠르게 읽힌다. 책을 읽고 있다기 보다는 절친한

친구의 수다를 듣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내용은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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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은근히 알고 있던 내용들이긴 하지만...

그래도그런 것들을 확 까놓고(이 표현이 가장 적절...) 보여주다니

여자들은 보통 이렇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사회에서 혹은 가장 친근한 주변으로부터 이런식으로

사는게 정답이라고 부여받은 그런 생각의 여자들이 등장한다.

별로 색다를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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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그렇지 부인할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읽어나가면서 혀를 차고 난 최소한 그런 인간들과는 다르다...

라고 나에 대한 판단을 제껴두었다...

그래서 내가 여태 이러고 있다는 자기 합리화도좀 해 가면서....

소설 속 인물들의 쓰레기같은 내면을 비난하면서 읽었는데...

과연 나의 마음에는 그런 면이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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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며 조건 따위에 마음을 걸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내가 과연 그 생각대로 생각을 했을까?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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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단편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특이하다.

그러나 결코 특이하지 않다.

특이한 것이 특이하지 않은 사회니까...

 

'낭만적 사랑과 사회'

여러 남자를 사귀면서 필요할 때 적당한 스타일을 불러 낸다.

차가 없는 남자와의 데이트는 고딩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우울할 때는 스포츠카를 가진 남자와 한강에서 시간을 보낸다.

결정적으로 결혼까지 가기에 적당한 남자에게 자신의 혈흔을

내보이기 위한 여자의 치밀하기 그지 없는 10단계는 아주

제대로 추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것이라도 생각되고...

 

'트렁크'

무미 건조한 성격으로 승진을 위해 유부남과 수년째 부적절한 관계

로 지내는 EF소나타를 끄는 여자...

 

'소녀시대'

강남에 사는 16살짜리 소녀...아버지는 교수...아버지는 20살의

채팅녀를 임신시키고는 단호히 관계를 끊어버리고...

엄마는 요리다 요가다 글쓰기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타인의 시선에 의해 규정짓기에 바쁘다.

딸은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채팅녀의 태아를 없애기 위해

음란 사이트 운영자에게 사진을 찍게 하고 그 돈으로 중절비를

주고 자신의 강북 남자친구에게 오토바이를 사라고 돈을 준다.

 

'순수'

첫번째 남편이 교통사고로 즉사... 빨강 루즈를 바른채 담담히

장례를 치르고 보험비를 받자 사표를 쓰고 일등석에 몸을

실은 채 유유히 여행을 떠난다. 거기에서 두번째 남편을 만나고

여자와 내연관계였던 운전기사에 의해 두번째 남편도 죽고

마지막으로 세번째 남편은 딸에 의해 죽는다. 이런 일이 있어도

여자는 별로 흔들리지 않는다. 상황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

 

'무궁화'

가정이 있는 여인과 동성연애에 빠진 여자...

 

'홈드라마'

결혼식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홈드라마'는 정말

제대로 현실적이다. 

발단-전개-절정-결말로 이뤄진 연극 시나리오 같은 단편.

그 중 전개는 '날짜-장소-피로연-예단-집' 으로 구성된다.

이게 현실이겠지만 정말 짜증난다... 다소 역겹기도한 현실..

정작 중요한게 빠진 느낌이라니...

 

'신식키친'

'신식키친'은 뚱뚱하고 못생긴 여권창구의 말단 공무원 여자의

이야기이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외모에 대한 압력...

폭식증과 거식증... 간간히 나오는 다이어트 법에 대한 메모들..

 

'이십세기 모단걸'

'이십세기 모단걸'은 그냥 재밌었다.

김동인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는데...

김동인... 수능 대비로 한국 소설을 읽어대던 그 시기에

유난히 마음에 들었던 작가 김동인...

그 이름을 머리에 떠올린게 정말 10년은 된 것 같다.

 

정이현의 이런 소설...

정말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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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막바지에 있는 나에게 상당히 의미있는 소설들...

 

책의 끝 부분..작가의 말은 이렇게 끝맺음 한다.

 

막 지나온 나의 이십대.

 

세상 어딘가를 질주하고 있을 그 시간들에게

생애 첫 책을 바친다.

 

날카로우면서 천박하지 않게 드러내는 정이현의 솜씨...

정말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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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 모든 여자가 이런 식으로 사는 건 아니다.

                그 정도에 엄청난 개인차가 있다는 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