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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뉴욕

[뉴욕-7] 잔인한 메모리카드...

by librovely 2008.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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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상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상하냐면...

 

 

첫날 공항에서 콜렉트콜을 잘못 사용하여 5만원을 날린 것 부터 시작해서..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여행가기 열흘 전쯤 동행인에게 일이 생겨 아예 여행이 취소될 뻔한 일이 시작일거다...

아니 그보다 더  먼저 비자 인터뷰가 예약오류로 나만 낮으로 예약된 것이 시작인걸까?

 

 

하여튼  콜렉트콜로 시작하여 뭐 그건 지나가면 잊혀질 별 일이 아니라고 쳐도...

숙소 문제로 서로 맘 상하고 나와서 이틀만에 새로운 숙소를 정한 것도 상당히 감당하기

벅찬 일이었다.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아니 약간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맘이 있어서

출발직전일에 그렇게 마음이 불안했는지도모르겠다...

 

 

그래..숙소를 그래도 뒤늦게라도 편하게 정한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근데 그 다음에는 동행인과 피로가 오는 시점이 달라 곤란했다.

난 낮에는 늦게 일어나고 일단 돌아다니면 아무렇지도 않은 반면

동행인은 아침 일찍일어나나 오후 6시만되면 꼬박꼬박 졸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이 딱 뉴욕에 온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그다지 많은 것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3일 정도 적응기간이었다는 건 뭐 그다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

하면서 웃을 수 있다...

 

 

근데 어제 저녁 밀린 날짜들의 일과를 정리해볼까 하고 메모리카드를 리더기에

넣으니 포맷을 하라는 메시지만 떴다...

아무리 다시 해도 카메라에 되집어 넣어도 포맷을 하란다...

3일동안 그나마 좋은 곳은 다 갔는데 인물 사진도 나름 여러장 심혈을 기울여

찍었는데 이런 이런...

 

 

급히 메모리카드 구매하던 때를 떠올려 평생 AS를 기억해내고는 좀 안정이

되었는데 검색해보니 MAX라는 메모리카드 업체는 2007년 초에 부도가 나서

사라졌다고 한다..뭐 이런 일이...동생말로는 업자에게 맡기면 복구가 가능할

수도 있다지만 그것도 불확실하고 돈도 들 것이란다...

돈을 들여서 복구를 할 가치가 있나?

 

 

헤어스프레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호텔 안의 유명 브런치 레스토랑 노마스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어퍼 웨스트의 벼룩시장

호박스콘으로 유명한 어퍼웨스트의 앨리스 티 컵 케익

그리니치 빌리지의 뉴욕대학

그리니치 빌리지의 어떤  베이커리 까페

그리니치 빌리지의 재즈 카페 블루노트...

(한 게 없다고 동행인에게 매일 투덜댔는데 써보니 그래도 뿌듯...)

 

 

또 있나?

이 아까운 사진들...

나름 비싸고 이쁜 장소의 사진들이 모여있던 3일인데...

어떻게 때마침 메모리카드가 날아갈 수 있을까?

블로그에 올려서 자랑질??도 하고 또 나도 가끔 구경하면 행복해질 사진들인데..

 

 

뭐가 문제길래 이런 일이 생기나 곰곰 생각해 보았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다..

3년이나 사용하던 메모리카드가 갑자기 왜 이랬을까?

 

 

결론은...

역시 종교...

이건 신이 벌을 내린다고밖에 생각할 도리가 없다..ㅍㅎㅎ ㅡㅡ;;

 

 

왜 벌을?

그건...

솔직히 말하면 난 겉으로는 독실한 크리스찬...

마음도 좀 그렇긴 하지만 행동은 아주 엉망인 크리스찬..

어떻게 엉망이냐면 다른 개인적인 일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서 교회는 대강 간다...

대강 대강 하던 교사봉사도 작년에 사소한 일로 그만둬버리고 일요일의 낮잠을

일요일마다 찬양해대던 ... 그러다가 이번 뉴욕행이 취소될 뻔한 일이 있던 시점에

나름 반성하고 교사 시켜달라고 말을 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이번에 뉴욕에서 맞은 첫 주일을 사실 가스펠로 유명하다던 타임스퀘어 교회에

가자고 동행인은 미리미리 말을하곤 했는데 나의 늦잠 그리고 시간 계산 안하고

벼룩시장 구경하고 앨리스 티 컵 케익에 가서 사진이나 찍고 빵이나 씹으면서

주어진 나의 상황에 만족을 못하고 동행인에게 연신 나의 직업이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내주제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해대다가 마지막 타임의 예배까지 놓친 것...

 

 

늦게 출발해서 가보니 이미 예배가 끝나고 다들 나오고 있었다....

이랬으니 신이 앨리스 티 컵 케익의 사진과 더불어 가장 맘에 드는 장소 사진을

몽창 날려보내신 것이 아닐지...하여튼 일이 많이 많이 꼬인다...

 

 

꼬인다고 하는 이유는 오늘도 꼬임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

엄밀히 말하자면 동행인도 꼬이긴 했지만 새로운 숙소를 구하면서 멈춘 것

같은데 나는 계속 꼬여대고 있다...

오늘은 소호에 가서 목걸이 하나를 샀는데 바나나 리퍼블릭...

그래도 큰 상점이기에 크게 의심은 안했는데 내가 분명 확인을 했건만

처음 것은 결재 취소를 했다더니 문자메시지를 보니 취소를 안 하고 중복 결재...

 

 

영어도 서투른 내가 또 내일 가서 이 문제로 콩글리쉬토킹어바웃을 해야한다니..

게다가 해외 카드 결재는 한국에서 거래완료가 50일 후에나 된다니 영 답답한

일이 생긴 것이다...한국은 취소하면 영수증을 주지만 뉴욕은 원래 취소해도

영수증이나 뭔가 증빙자료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환불시에만 영수증을

준다고 한다... 아 답답해... 결재가 틀려도 한국에 돌아간 이후라면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카드를 왜 사용했는가...

사실 이건 숙소를 새로 잡느라 숙박비가 30만원정도 계획보다 오버되어서

그렇다... 이 생각이 들자 오늘은 또 다른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냥 거기 있을 걸 그랬나?

내가 너무 까탈스러웠나....

그럴지도 모른다고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또 그러면서 속이

더 상했다...

 

 

이것저것 따지는 것이 심한걸까?

사실 미리 얻었던 정보와 달라서 화가 났던 것일 뿐이다...

따져보긴 했으나 한 달 여행이고 큰 맘 먹고 온 것이기에 이것저것

그러니까 인터넷이나 또 뭐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하여튼 다른 문제들은

상식수준의 문제였다...그러나 또 너그러운 사람은 그냥 웃으며 적응을 했을

수도 있는 문제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드는 생각 하나...

난 너무 생각이 부정적이다...

일례를 들면 그리니치빌리지에 갔을 때 동행인과 무척 심하게 헤맸고 결국

볼려던 목적지는 거의 못보고 걷기만 하다가 뉴욕대학이랑 게이해방이라는

조형물이랑 우연히 만난 블루노트에서 공연을 본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이 때 동행인은 그래도 뉴욕대학도 보고 공연도 보고 즐겁다고 했는데 나는

돌아오는 길에 길을 못찾아서 하루를 버린 것 같다고 투덜댔다...

블루노트 공연도 자리가 없어서 바에 앉은 것도 불만...

게다가 아카펠라 그룹이 조인하여 재즈 느낌이 거의 살지 않았다고 불만...

메모리 카드 고장이 났을 때도 사실 내가 찍는다고 사진을 거의 안 찍은

동행인이 나에게 화를 내야 하는데 내가 투덜대고 있었고 동행인은 사진이

없어도 우리 마음 속에 있으니까 괜찮다고 연신 위로를 해 주었다...

 

 

생각해보니 친한 친구 중 하나가 나보고 가끔 투덜이라고 했던 기억이난다...

그렇다...나의 요상그런 면을 하나씩 발견하려고 이 곳에 온 걸지도 모른다..ㅍㅎㅎ

참 흉한 여행의 의미..??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 그 간극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나처럼 부정적인 사람은 사실 나도 내가 부정적인 면을 많이 생각하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큰 문제라고는 인식 못했는데 요즘 이 사고방식이 나를 불행하게 만든

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계획...

나는 계획을 좋아한다.

계획하고 그대로 하는 것을 상당히 즐겁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 계획이 틀어지면 아주 심히 괴로워한다...

즐거움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계획을 위한 계획...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사진을 날려먹었다고 속상해하니 동행인이 뭐 그걸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고 했다..블로그에 올리지 못해서 그러냐고...

나도 그런가 생각해 보았다...자랑하려고 그러는건가?

그러다가 개인 미니홈피에도 예전에 여행가서 찍은 사진을 죄다 올려놓았으니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도...내가 다시 보면 즐거우니까...

 

 

동행인은 속상하다면 다시 그 장소들을 하나씩 가보자고 했다... ㅡㅡ;;

참 나랑 다르다...나라면 그런 이해심은 도저히 안 생길텐데...

그 장소들에 다시 가서 조금씩 주문하고 사진도 찍고 그러자고 했다...

이 말을 할 때 표현은 물론 전혀 안했지만 상당히 고마웠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초딩 아니 유딩이 된 기분이 사알짝...@_@

 

 

동행인의 그 말에 하여튼 놀랐을 뿐이다...

10년을 봤어도 몰랐던 좋은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알아온 사람도 여행을 하면 새로운 면을 보게 된다...

동행인은 나의 투덜대는 흉한 면을 발견하지 않았을까...ㅎㅎ

 

 

일주일이 지난 지금...

마음이 상당히 힘들다...아니 힘들었다...

뉴욕은 내가 상상했던 그런 곳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내가 뭘 상상한 것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내가 변하지 않고 뉴욕에만 가면 뭔가 변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 무모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하긴 뉴욕의 뮤지컬은 아주 기대 이상으로 멋지긴 했다...

노마스의 음식도 훌륭했고...

미술관은 제대로 간 곳이 아예 없구나...

이런 문화적인 면은 아직 많이는 접하지 않았어도 좋은 것 같은데...

 

 

그런데 사실 내가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건 인종차별...

왜 공항 잡일은 모두 흑인이나 스패니시가 하고 있는 거냐고...

왜 지나가다 보면 네일샵에는 동양인만 일하고 있냐고...

왜 좋은 레스토랑이나 까페 혹은 재즈바에 가면 백인만 많고

더럽기에 두손 두발 다 든 맥도날드에는 흑인만 바글바글하냐고...

어퍼이스트에는 왜 백인만 개끌고 다니고 조깅을 하고...

지하철은 왜 업타운 쪽만 그나마 깔끔하고 새 차가 운행하고

다운타운이나 외곽은 그렇게 더러운거냐고...

 

 

어글리 뉴욕...

뉴욕은 너무 심하게 갈라져 있다...

멋진 것은 너무 멋지고 불쌍한 것은 너무 불쌍하다...

빈부의 격차는 상당히 나쁜 것이지만 그게 또 피부색이라는

말도 안되는 것에 의해 나뉘기도 한다면 그보다 더 나쁜일이 있을까?

 

 

일주일이라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생각했던 꿈의 도시라는 느낌이 안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 22일 남았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참 아쉽다.

내일부터는 아니 오늘부터는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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