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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퀴즈쇼 - 김영하

by librovely 2008.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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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2007'              문학동네

 

 

 

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책만 읽어보았다.

그 책은...음...상당히 괜찮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김영하라는 작가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건지 어쩐건지

나에게는 아주 맘에 드는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모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ㅡㅡ;;

 

 

그러나...

김영하라는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는 했다.

일단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책은 작가에게 있어서

초기작에 해당되는 것 같고...그래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또 모작이라는 느낌이라도 이방인과 같은 작품의 모작 느낌이라면

말이 좀 달라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그의 인간 치부 드러내기? 류의 내용은 사실 내 취향이고....

 

 

그러나 좀 안맞는 느낌이 드는 류이기도 하다...

뭐가 그렇냐면...

난 아예 환타지 쪽으로 가던가...아니면 현실로 가던가 하는 것이 좋지..

현실적인 내용인듯 하다가 생뚱맞게 지나친 비현실적 내용이 나왔다가

다시 현실적인 내용이 나오는 이야기를 상당히 싫어한다....

근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좀 왔다갔다 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퀴즈쇼도 역시나 중반을 지나면 살짝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온다...이 부분이 가장 맘에 안 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퀴즈쇼...는 조선일보겠지? 신문에서 잠시 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딱 한 번 읽어보았다....

일단 눈길이 간 이유는...원래 난 신문도 잘 안 읽지만..(자랑이군~)

연재소설은 절대 안 읽는다...그걸 감질나게 찔끔찔끔 읽는건

고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그리고 왜 이런 편견이 생긴건지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내용이 저속하다고 해야하나? (그럼 나랑 맞을텐데..ㅎㅎ)

그랬는데...단지 삽화가 이우일...이라고 해서 눈길이 간 것.....

사실 이우일의 삽화 분위기도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ㅎㅎ

 

 

딱 한 번 읽은 내용이 빛나와 주인공이 헤어지는 장면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하여튼 자취방 어쩌고 저쩌고 여자 남자 나오는

연애내용으로 기억한다...그래서 음 가벼운 연재소설이구나 생각...

그랬는데...88만원 세대라는 책에서 이 책이 언급되었다....

그 이후로 읽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고 이번에 대출받았다.

 

 

책이 상당히 두꺼운데....

해설부분을 제외하고도 450여페이지...근데 가격은 11000원이군....

요즘 읽는 이어령의 우리문화 박물지랑 비교하면 글의 분량대비

가격이 나름 착한 걸~ 이라는 무식한 생각을....했다가도 또...

신문에 이미 연재한거니까 가격이 좀 저렴해야지~ 하는 더 무식한

생각도 들고 그랬다...사서 읽지도 않으면서 태클은....

 

 

앞부분을 읽으면서 대뜸 떠오르는 소설이 하나 있었다...

정말 생각 안하고 살아오던 그 책의 제목이 떠오르다니...신기하다...

그 책의 제목은 '혼자뜨는 달'

중학생 때 라디오에서 줄기차게 광고로 나오던 혼자뜨는 달...

왜 이 책이 떠올랐을까?

이 책은 왜 읽었었지?

 

 

혼자뜨는 달은 중학교에 다니던 그 당시 내가 매우 집중?하고 있던

사람이 한 말 한마디에 의해 읽게 되었던 책이다...

자신이 요즘 읽는 책이라면서...더 커서 읽어보라고....

앞의 말도 그렇지만 그 다음의 말을 듣고는 안 읽어볼 내가 아니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

바로 그 당시 매우 유행하던 책 대여점에 달려가 책을 빌려보았는데

내용은 기억이 전혀 안나고 다만 책의 등급이 19금 정도는 되었을

거라는 것만 기억이 난다...ㅡㅡ;  그 책이 5권인가 했는데 3-4권까지

읽었던 것 같다....

 

 

갑자기 왜 그 책이 생각났냐면 일단 남자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점...

그리고 내용에 남녀상열지사가 좀 섞여있다는 것...

그리고 더 정확한 이유는 아마도 퀴즈쇼에 등장하는 그 PC통신이

딱 내가 중학교에 다니던 때 아주 유행하던 것이기에....

그래서 그 때가 생각났던 것 같다...

 

 

1990년대 초반...

그 때는 인터넷이 아니라 PC통신이 유행이었는데...

하이텔...나우누리....맞나?

접속시간만큼 전화비가 나가서 혼나던 기억도 나고...

그 접속할 때 지지직~ 삐~~하는 아름다운?소리도 기억이 난다...

 

 

 

이 때 퀴즈쇼처럼 채팅방이 많았는데....

지금은 메신저를 이용하여 대부분 아는 사람과 채팅을 하지만

그 때는 대부분 익명의 사람들과 무슨 무슨 주제의 방을 만들어

채팅을 하는 것이 흔했었다...물론 나도 유머 게시판에 들어가서

내용을 싹 훑어주고는 가끔 연작되는 소설도 읽고 그랬는데...

 

 

조회수 아주 높던 그 당시 내가 즐겨보던 연작 게시글 중 하나는

제목이 여자를 꼬시는 법 이었던 것 같다...ㅎㅎㅎ

내용 중 기억나는건....

1. 말없이 담배를 핀다.

2. 담배연기를 느끼며 눈을 절대 깜박거리지 않는다...

3. 눈물이 나온다.

4. 지긋이 눈빛을 아래로 깔며 눈물을 흘린다...

뭐 이런 실없는 내용들이었는데 너무 웃기게 보았던 기억...

 

 

그리고 게시판을 훑은 다음에는 채팅방에 들어갔는데...

물론 이 책에 등장하듯 퀴즈방에 나도 자주 들어갔다.

음악퀴즈방, 영화퀴즈방...그런 곳....

그리고 영어방도 있었다....영어 대화...이런 곳은 들어갔다가

바로 뛰쳐나온 기억이....

그리고 가장 활성화되었던 남녀 꼬심을 위한 방도 들어가 봤는데

나는 나이 빼고는 진솔?하게 대화를 했는데 항상 결론은 너 남자구나..였다...

그 후 나는 남자 20대 대학생 노릇을 줄기차게 하며 여자들을

꼬셔놓고 갑자기 퇴장하기를 반복하고 그랬었다....(쓰레기군...)

 

 

하여튼 퀴즈쇼의 중반부까지 등장하는 그 PC통신의 분위기를

나는 정말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직접 경험한 일들이니까~~~

보통 연애소설에서의 그 막연한 감정들과 비교해볼 때 이 책은

나름 감정이입이 되어서 이점만은 너무 좋았다....

특히 귀속말같은 것이 어떤 기분인지도 정확히 안다....ㅎㅎ

그리고 퀴즈를 잘 맞추었을 때 으쓱해지는 느낌도 알고.....

또 만나보기도 전에 즉 뭐하나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이상스런 감정도 뭔지 대강은 알 것 같다...

 

 

 이 책에도 나오는데...

주인공은 벽속의 요정이라는 퀴즈방에서 만난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이상하게도 만나고 나서는 그 호감이 떨어진다...

설레이던 감정이나 뭐 그런게 줄어든다....

그렇다고 그 벽속의 요정이 외모나 기타 등등이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오히려 기대 이상이었다....

뭘까....이게 의미하는건??

 

 

보통은 만나서 서로 대면하고 알아가면서 호감이 생기는건데

이런 통신상의 만남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호감을

느끼다가 만나서 알게되면 그 감정이 격감되는.....

사실 타인을 안다 모른다의 기준도 애매하다....

뭘 아는 것이 그 사람을 아는 것일까?

 

 

서로의 얼굴을 아는 것이 아는 것일까?

상대의 직업이나 학력 가정환경을 아는 것이 아는 것일까?

성격을 아는 것이 아는 것일까?

그렇다면 성격이란.... 통신상에서 느낀 성격이 진짜 성격일까?

대면해서 느끼게 되는 성격이 진짜 성격일까?

뭐가 진짜일까?

 

 

나를 놓고 볼 때....

이 블로그에서 읽혀지는 나의 모습과 현실의 나의 모습은

같은걸까? 그렇지는 않다고 느껴진다....그건 아닐듯....

친구 중 한 명이 내 블로그를 보더니 너무 미화시킨거 아니냐는

분위기의 말을 했는데....사실 내가 느끼기로는 미화까지는 아니고

그냥 추한 부분을 굳이 밝혀두지 않았다는 게 정확할 듯....

그리고 내 친구는 나를 정확히 아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아는 내가 진짜 내 모습인걸까?

 

 

이런 생각은 지난 번에 아트 앤 더 시티라는 책에 대한 나의 글에

그 책의 저자를 아는 사람의 덧글을 보고도 들었던 생각...

내가  저자에 대해 멋지다....라는 분위기의 글을 썼는데....

저자의 지인이라는 사람은 그 언니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

라는 유머섞인 말을 써 놓았다....

그 덧글을 읽으면서 웃었지만....속으로 나는 당신이 아는 저자의

모습이 진짜 저자의 모습일까? 아니면 내가 느끼는 것이 더 정확한

그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후자가 아닐까..가 나의 결론...

 

 

그렇다면 나는?

이 블로그에서 읽어지는 나는 나의 본 모습인가?

그건 아니다...ㅎㅎ....

이 블로그는 가식으로 점철된 블로그다.....???

근데 나는 이 블로그에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걸까?

소외된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리고 앉아계신건 아닌지...ㅍㅎㅎ

 

 

퀴즈쇼는....

사실 또 내가 가끔 몰래몰래 가는 그 '철학하는 블로거'...

닉네임이 '지니'던가? 그 사람의 블로그에서도 봤었기에

더 관심이 갔었고 책을 읽자 그 블로거가 왜 이 책에 관심을

가졌는지 이해가 갔다....왜냐면...

 

 

그 블로거는 상당히 독특하다....는 느낌이....

사실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

다만 가끔 들여더 본 그의 일기를 토대로 추측한 내용들....

그 사람은 29살인가? 그랬고 직업은 없고 알바로 pc방에서

일한다. 그리고는 그 알바비로 받은 몇십만원을 쪼개서 책이나

음반을 사고 가끔 패스트푸드점에서 외식?을 한다...

가정은 여동생이 버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듯....

(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기에 이러쿵저러쿵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자신의 삶을 굳이 숨기려 드는 사람은 아닌듯 하니까 뭐...)

 

 

여기까지는 독특하지 않다...취업이 어려운 시대이니 그럴 수도

있다...다만 내가 놀란 것은 이런 삶을 그는 억울해하지도 불안해

하지도 않고 만족스럽게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

 

 

퀴즈쇼의 주인공은 하나의 피붙이인 할머니의 죽음과동시에 부채를

떠안고 갑작스럽게 거지?가 된다....아무런 재산도 없이 집까지 잃고

캐리어 하나에 조촐한 짐을 넣어서 고시원에서 생활한다....

취직은 그의 고아라는 신분?때문에 난항을 겪고 그는 편의점 알바를

전전한다...그러나 그는 별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난 이 점이 상당히 신기하게 느껴졌다...하루 벌어서 그날을 충당하면서도

별 괴로움이 안 느껴지는 캐릭터...뭐라고 해야하나....그는 상당히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어찌보면 이게 가장 현실적인 적응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재미로 순전히 재미로 순식간에 읽긴 했지만 이제서 생각해보니

뭐 이 책으로 뭘 깨달아야 하는지...작가가 무슨 생각을 말하고 싶었는지

정확히 다가오지 않는다...일부러 뒷쪽의 해설은 나중에 읽으려고

남겨두었는데...음...이거 참....

 

 

그냥 느껴진 건....

요즘의 불쌍한 20대에 대한 여러가지...

지금도 공무원시험에 찌들어 고시원에서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책을 파고 있을 20대의 모습...

취직이 안되어 알바를 전전하고 있을 가난한 20대의 모습...

같은 학력이라도 뒷배경에 의해 혹은 낙하산부대에 의해 취업에 곤란을

겪는 20대의 모습....

겉으로는 화려하나 속으로는 공허한...그래서 소리없이 죽어가다가

결국은 자살에 이르는 20대의 모습...

맘에 드는 이성이 있으나 각종 사회적 잣대에 의해 자신과 어울리지 않음으로

판정?받고 마음을 접는 20대의 모습....

 

 

88만원세대에 나오는 그들이 이 소설 속의 그들이기에 이 책이

언급되었던 것도 같다...

 

 

지금 하나씩 하나씩 등장 인물들을 되새겨보니 뭔가 슬픈 느낌이

들었다...그 이유를 찾아보니 그들 중 진실로 인간다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사회적 관계나 연인 관계도 그렇고 하다못해 가정마저도

그들에게 안정적이고 진실된 인간관계를 제공해주지 못했다는 것...

 

 

그럼 나는?

20대를 벗어난 나는?

난 얼마나 진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 스스로는 남들을 진짜로 대하고 있는가....

갑자기 에리히프롬이 말했던 그 무서운 질문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런 질문은 너무 무서운 질문이다....

빨리 먹고사는 문제를 머리에 떠올려서 혹은 tv라도 켜서

이 무서운 질문을 덮어버려야겠다...ㅡㅡ;;;

 

 

주인공은 퀴즈쇼의 세계나 돌아온 현실이나 결국은 같다고 말한다.

뭐가 같다는 걸까?

다 경쟁이 심하고 그 안에서 서로 상처를 주며 뒹구는 모습을 말하나?

퀴즈쇼의 세계를 벗어나게 되는 때에 칼을 들고 따라오는 사람의 모습...

그게 현실에서 주인공이 타인에게 느껴지던 것일까?

 

 

읽을 때는 연애소설처럼 가볍게 읽어졌는데 읽고 나면 뭔가 마음이

편치 않다....누가 그랬던가? 위대한 작품은 말하고자 하는 씁쓸한

것을 달콤한 설탕으로 잘 감싼 작품이라고....

설탕을 매끄럽게 입힌 알약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상당히 잘 쓰여진 소설이 아닌지...

 

 

다만 주인공의 지나치게 열악한 상황과 벽속의 요정의 비현실적이게

부유한 설정 그리고 아직도 잘 이해가 안가는 그 퀴즈를 푸는 회사라는

곳... (그 회사의 이미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의 호텔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비슷하다...느낌이 상당히 비슷해,,,)

자기 집에 들어와서 집사를 하라느니...헌책방에 대한 내용도 좀...

이런 설정은 좀 맘에 안든다..ㅎㅎ지나치게 우연함의 연속도 좀...

(데 뭐 우연이 아니면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겠는가....

사는게 어찌보면 다 우연의 연속이 아닌지....)

그리고 끝맺음도 좀 약한 느낌이...ㅡㅡ;;;

 

 

이 책이 영화화된다고 했나?

어디서 들은 것도 같은데.....아닌가??

그런데 나는 이런 소설은 영화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로 만들면 뭔가 이상할 것 같다.....

 

 

참...이 책의 독특함은....

글의 중간 중간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이 등장한다는 것...

김영하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다....

대부분 내가 모르는 음악이었지만 하여튼 참 좋다~~ 이런건...

 

 

또 중간중간 등장하는 퀴즈를 푸는 재미도 있고...

자주 등장하는 홍대도 괜히 익숙하고...

피아노, 번지점프를하다, 일포스티노 등 내가 상당히 흥미롭게 본

영화가 등장하는 것도 즐거웠다....김영하도 이런 영화를 매우

인상적으로 본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김영하는 에디트 삐아프를

좋아하는 모양이다...그리고 뮤즈도 좋아하고~

 

 

이 책을 읽으면...

그리고 또 지난 번에 읽은 그 나는 나를 파괴할권리가 있다를 읽으면

김영하는 냉소적인 인간처럼 느껴진다..

근데 이우일의 홈페이지http://www.saybonvoyage.com/ 에서

본 김영하와 그의 부인 사진...흠...뭔가 아귀가 안 맞는 이 느낌...?

김영하의 부인은 정말 예쁘다...그의 책은 인간의 저 깊은 바닥을

끄집어내려고 하는듯 느껴지지만 그의 현실에서의 삶은 냉소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예쁜거랑 그게 무슨 상관이냐...라고 하자면...

왠지 김영하같은 작가는 여자를 좋아할 때도 생각이 자신과 맞는

여자를 고를 것 같다는 느낌이...근데 이쁜여자만 좋아하잖아~ㅎㅎ

예쁜 여자는 아무 생각이 없을거라는 나의 편견에서 나온 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쁜 여자는 아무 생각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게 공평하다~라고 믿고싶은 나의 편견에서 나온 말...)

근데 사실 김영하의 부인은 지적인 느낌도 풍긴다....

 

 

지적인 느낌의 외모?

그건 또 뭔데...??

음.....결국은 하찮은 외모따지기로 끝이나는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이 책 좀 어려운 것 같다...?

읽기는 쉬운데 읽고 나서 내용 수습이 좀 안되는 느낌이...

정확한 주제가 뭔지는 뒷부분의 해설을 읽어봐야겠다...

 

 

 

 

나는 그녀가 내는 문제를 통해서 그녀의 삶과 지적편력을

추적해갈 수 있었고 그렇게 드러난 사실들은 정교한 퍼즐처럼

내 머릿속에서 재조립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나는 신화속의

피그말리온처럼 나만의 이상적 여성상을 내 머릿속에서 조각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 덕분에 나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지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이 생각보다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몽주의 시대 파리의 살롱이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

 

 

누구도 내 직업이나 부모에 대해 묻지 않았다.

 

 

어쩌면 연애란 인간이 육체가 배제된 정신과 정신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게임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나는 어느새 그런 울적한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었다.

인간은 왜 사는걸까? 산다는 것에 의미는 있는걸까?

자벌레처럼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기어가다가 알을 까고 죽어버리는 걸까?

질문을 던지면 던질수록 인생은 더 오리무중이 되어 저 멀리 달아났다.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 말 같은 말을 하고 집 같은 집에서 잠들고

밥 같은 밥을 먹으며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카르티에 신제품 시계가 천삼백만원밖에 안하네. 꽤 리즈너블한 가격인걸

이거 원 바빠서 사러 나갈 시간이 있어야지...같은 어이없는 자학적 모노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마포도서관의 열림실이었고 나는 가격확정의 재킷과 카고바지를 입은 채

점심에는 어떤 삼각김밥을 먹을까를 궁리하고 있었다.

 

 

책 한 권을 들고 나갈 때도 많은 생각을 한다,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대놓고 홍보하는 셈이니까. 데이트라면 더할 것이다.

 

 

정말로 책의 아래위가 뒤집혀 있었다.

나는 문맹처럼 책을 거꾸로 펼쳐놓고 있었던 것이다.

음 이렇게 거꾸로 놓고 읽으면 예전에 읽던 책인데도 참 새롭게

느껴져요. 한 자 한 자 아주 천천히 읽게 되죠. 죄수나 선원처럼

읽을 책은 별로 없는데 시간은 많은 사람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랍니다.

라고 둘러대고 싶은 유혹을 느꼈으나 가까스로 참았다.

(이 부분 너무 웃겼다~)

 

 

가장 위대한 퀴즈는 바로 인간인 것 같아

 

 

동네 아저씨들로 보이는 세 명의 남자가 누군지 모를 '그 새끼'를 욕하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이 부분도 너무 웃겼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에 무심할 때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의 방에서 우리는 얼마간 탐정이고 또 얼마간은 변태이며

그리고 또 얼마간은 수집가다. 방은 그녀에 대해 말해주는 단서들로

가득하며 그것들은 나의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잘 아는 공간 아니 자신이 사랑하는 공간에서 가장

빛나는 것일까? 그러니까 화가는 아틀리에에서 음악가는 연습실에서

요리사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서로의 영혼으로 떠나는 이런 모험마저 없다면 우리 인생이 너무

무의미하지 않을까?

 

 

나는 사람이 두 종류라고 생각해

자기만의 벽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든 게 얇아.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그 너머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절대로 믿지 않아.

 

 

나는 그럴듯한 핑계를 들어 세상 모든 것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도 도망치고 있는 중일지도 몰랐다.

 

 

발췌부분은 주제랑 연관이 깊은 부분이라기보다는

그냥 읽다가 인상깊은 구절이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듯....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을 보니 대부분이 20대가 처한 사회의

비극을 다루고 있는데 왜 나는 소재에 불과한 PC통신에 집중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이건 순전히 88만원세대 때문이다...

그 책을 읽으면 웬만한 20대 비극 묘사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비극을 극복할 생각을 안하고 당연시하고 익숙해졌다니....

감각이 오히려 무뎌지다니....ㅡㅡ;;;;;;

수전손택이 타인의 고통에서 말한 그런 증상이 나에게도....

잦은 노출이 낳은 무감각....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