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끄집어내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항상 어딘가에 있던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여전하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어릴 때만 갖고 있다가 사라질 것이 아니었다
물론 어릴 때는 커서 무엇을 하고 살아야할지 생각하고 준비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막막하다
그렇다고 뭔가 치열하게 준비하고 살지도 않았다 그냥 대강 흘러가는대로 흘러갔을뿐
어쩌다보니 지금은 무언가를 하고 있고 대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고
또 어떨때는 오히려 내가 이 일을 하려고 태어났고 살아가는 것인가 하는 건방진 생각에도 시달리고
또 젊은 시기를 지나서 나이가 들어가니 앞으로 어떻게 늙어가야할지도 생각하게 되고
잘 늙어가는 비법(?) 중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 여러가지 세밀한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그건 쓰지 않는 게 좋겠다
요즘 또 여유가 생기니 병이 도졌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
행복에 대한 여러가지 말이 있는데...난 가끔 이렇게 생각한다
행복이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는 삶 혹은 그런 생각을 적게 하는 삶
물론 하나도 안 웃기지만 웃자고 하는 소리...
하여튼 요즘 정말 허무하다
우울증의 초기 증상인건지 정신병인건지
사실 살면서 내 성격이나 정신 상태가 온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몇 년 안에는 아무래도 독립을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 안에 결혼을 할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지나온 30대의 시간을 생각해볼 때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고
하여튼 뭐가 되었든 계속해서 이 집에서 사는 건 힘들 것 같다
그게 서로를 위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기 시작했다
심하게 나이 먹은 결혼하지 못한 딸을 보는 건 버티기 힘든 일인가 보다
내가 그 입장이 아니라서 난 잘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는 항상 다른 말을 하지만 모든 충돌의 근원은 아마
겉으로는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돌아다니지만 힘들다
여러가지 상황이 힘들 때도 있고 그런 걱정이 없으면 혼자 힘들다
가장 대표적으로 시달리는 것이 왜 이렇게 살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으로도 힘든데... 피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
왜 사는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결혼을 못했고 아이가 없어서 그래...라고 말한다면
그 말에는 반응조차 보이고 싶지 않다 그게 아니니까...그런 종류가 아니니까...
그게 문제라면 결혼하면 된다
못할 건 없다....
진짜 원한다면 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한국은 나같은 인간조차도 결혼을 할 수 있는....결혼하기 아주 쉬운 나라다...
그냥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보다 조건이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만나면 되는 거 아닌가...
나보다 나이가 심하게 많고 나보다 돈을 적게 벌고 나보다 키가 작고 나보다 학벌이 안 좋고...
(이 조건들을 채워줄 남자 찾기도 쉽지 않겠다...ㅡㅡ;;)
아 이런 속물....
난 사실 상당히 속물이다....속물적인 게 유독 싫은 건 그게 나에게서 자주 보여서 그런지도...
어떨 때는 벌써 이 나이가 되었다니...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떨 때는 그래도 이만큼이나 살아왔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는 게 능동적인 것인지 피동적인 것인지...
좀 더 심한 이야기를 해볼까?
자살을 기독교에서는 금지한다
성경책에도 그런 내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자살을 하면 안된다고 한다...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기독교에서 자살을 금지하지 않았다면 내가 자살을 했을까봐 그러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살을 할까 말까는 고민했을 것 같다...물론 결국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도 확실히 알지만...
우울하고 우중충하다
내가 원래 그런 종류의 사람이긴 하지만
유독 심해진 것 같은 이유는
요즘들어 내가 나를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원래도 남들보다는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착각하거나 혹은 외면하고 사는 게 역시 정신건강에는 좋다
이게 다 우디앨런 영화 때문?
그건 아니고 이미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우디앨런 영화가 약간 부채질을 한 것도 같긴 하다...
사라진 기프티콘을 다시 다운받아서 기간이 딱 하루 남은 오늘 스타벅스에 갔다
옆 테이블에서 대학생 여자 두 명이 정말 열심히 각자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손으로는 책에 뭔가를 적어가며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부러웠다
저렇게 몰두할 것이 있다면 쓸데없는 생각이 들지 않을텐데...
부러우면 나도 공부를? 그게 가능했다면 이렇게 살고 있지 않았겠지...
다 쓰고나니 무슨 거창한 철학적(?) 실존적(?) 고민에 빠져 우울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내가 우울한 이유는 따로 있다....
쯧
독립은 무슨...
누가 빨래를 해주고 밥을 해주고 아침에 깨워주겠어....
아무리 구박 받아도 여기 붙어 사는 게 제일 편하다...
더 조용히 말 잘 들으면서 착한 딸이 되어서 계속 붙어살아야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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